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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음모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6-11-14 15:46 | 5,933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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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음모 (가톨릭신문, 20021013)

 

  지난 923일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가칭)을 입법예고 하였다. 최근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온 심각한 윤리 문제에 대해 사회 각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생명윤리 관련법의 조속한 제정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이에 작년에는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중심이 된 조속한 생명윤리기본법 제정 공동캠페인단이 결성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소리들의 작은 결과로 받아들이고 싶다

 

  사실 일부 생명공학계에서는 생명윤리관련법이 제정되는 데에 대해 생명공학 연구 위축 등의 이유를 내세워 내심 법 제정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고 정부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동조하는 듯, 줄곧 법제정의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지만 올 초부터 우리나라에서의 세계최초 복제인간 출생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적어도 이러한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늦게나마 정부의 입법의지로 표현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이 법안의 내용이 공개되자 생명공학계가 가장 먼저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체세포 핵이식 방법의 배아 복제와 이종간 교잡 행위에 대해 아직 선진국에서도 법제화를 미루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 “체세포 핵이식을 완전히 금지한 것은 이 분야의 연구를 위축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이 분야의 기술은 결국 선진국에 종속되고 말 것이다.”라는 것이 그들 주장의 이유이다. 이에 일부 언론들도 가세하는 듯하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보도나 뉴스가 시민단체나 종교계의 입장은 거의 소개하지 않으면서 마치 시민단체, 종교계는 이 법안에 대해 비록 미흡하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지지한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보도 형태를 띠는 것은 어쩌면 여기에 또 다른 음모가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는 이 법안에 대한 천주교의 입장(2002925)을 한마디로 실망과 걱정으로 표현하였다. 인간의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경제적인 논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윤리와 그 안전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있는 법안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생명윤리는 무릇 생명 존중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과학과 의술의 발전 역시 인간에게 봉사하며 인간의 생명을 살리려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법안의 시각은 생명존중이라든가 인간에 대한 봉사와 같은 공권력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내용들을 오히려 부차적인 것으로 밀어내면서 오히려 생명공학의 발전을 그 앞으로 내세우고 있으니 이는 공권력이 생명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외면하면서 도리어 죽음의 문화를 조장한다는 것 외에 또 무슨 다른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인간 배아가 과학자의 손에 의해 생산되고, 조작되어 치료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반생명적 사고가 법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에 의해 추진되고 보장된다고 하니 끔직하다. 지나치게 효율성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생명까지도 효율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희생되어야 한다고 억측을 부리는 이 법안은 결국 약자에 대해 강자로서 싸움을 걸고 있는 거대한 폭군이 아닐 수 없다. 큰 수용과 보살핌을 요구하는 약한 생명을 오히려 생물학적 재료의 수준으로 격하시켜 인간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그럼으로써 생명에 대한 음모를 부추기는 법이 오히려 생명윤리를 위한 법이라고 포장하는 위선을 경계하고 고발한다.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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